세븐 (내용, 결말, 메시지)
일곱 가지 죄악(칠죄종)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연쇄살인의 틀로 가져온 설정도 독특하지만, 이 영화를 진짜 특별하게 만드는 건 상자 하나로 완성되는 결말이다. 워낙 유명한 결말이라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는데, 막상 순서대로 다시 보니 그 마지막 장면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이미 팽팽하게 조여오는 구조였다. 결말 하나만 회자되기엔 아까운 영화다. 두 형사의 대비되는 태도부터 도시 전체를 감싸는 음울한 공기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상당히 촘촘하다.
내용: 칠죄종을 따라간 살인
은퇴를 일주일 앞둔 베테랑 형사 서머셋과 혈기 왕성한 신참 밀스는 기괴한 연쇄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이 살인들이 식탐, 탐욕, 나태, 색욕, 교만이라는 중세 기독교의 칠죄종을 하나씩 따라가며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범인 존 도는 끝까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 스스로 경찰서에 걸어 들어와 자수하는데, 이때까지 밝혀진 죄악은 다섯 가지뿐이다. 나머지 두 가지, 시기와 분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소름 끼치는 이유가 있다, 다시 보니. 범인이 단순히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만들듯 계획을 짜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영화 내내 비 내리는 도시를 배경으로 삼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맑은 날씨 한 번 없이 계속 흐리고 축축한 풍경이 깔리면서, 존 도가 벌이는 살인극보다 도시 자체가 이미 병들어 있다는 인상을 은근히 심어준다. 정작 존 도가 붙잡히는 장면에서만 잠깐 해가 비친다는 것도, 이 도시의 병이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요약: 범인 존 도는 칠죄종을 하나씩 따라가는 방식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데, 자수한 시점까지도 시기와 분노라는 두 가지 죄악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말: 상자 안에 든 것
존 도는 두 형사를 황량한 벌판으로 데려가고, 그곳에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한다. 서머셋이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경악하며 밀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영화는 상자 안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존 도는 자신이 밀스의 아내 트레이시를 시기해 살해했다고 밝히며, 스스로 시기의 죄악이 됐음을 인정한다. 그러고는 밀스에게 자신을 죽여 마지막 죄악인 분노를 완성하라고 도발한다. 상자 속 내용물을 화면에 직접 드러내지 않고 배우들의 표정만으로 충격을 전달하는 이 연출이, 오히려 관객의 상상 속에서 더 끔찍한 장면을 완성시킨다. 이 영화를 30년 가까이 회자되게 만든 핵심, 돌이켜보면 이 절제된 연출이다. 서머셋이 상자 내용물을 먼저 확인하고 밀스를 막아서는 그 몇 초 동안, 관객은 화면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데도 이미 최악을 상상하고 있다. 배우 모건 프리먼의 표정 연기 하나로 완성되는 이 장면이, 정작 특수효과나 소품보다 훨씬 강력한 연출로 남는다.
요약: 상자 속 내용물을 직접 보여주지 않은 채 배우들의 반응만으로 충격을 전달하는 이 결말은 관객의 상상 속에서 더 끔찍한 장면을 완성시킨다.
메시지: 그래도 싸울 가치가 있다는 말
분노에 휩싸인 밀스는 결국 존 도를 사살하며 범인의 계획대로 칠죄종을 완성시켜버리고, 경찰에 연행된다. 영화 초반, 서머셋은 세상이 너무 잔인하고 무의미해서 이곳을 지킬 가치가 있는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을 겪은 뒤, 서머셋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데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싸워볼 가치는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다. 이 영화에서 가장 뜻밖의 지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마지막 태도 변화는. 가장 절망적인 사건을 겪고 난 인물이 오히려 세상을 완전히 등지지 않기로 결심한다는 게, 이 어두운 이야기에 아주 작은 여지를 남겨두는 것 같았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이런 사건을 마주한 서머셋이 그래도 은퇴 대신 이 도시에 남기로 결심하는 결말도, 그 작은 변화를 조용히 뒷받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