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인 게시물 표시

애니메이션: 업 (상징, 메시지, 결말)

이미지
풍선을 매단 집이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지만, 정작 이 영화의 진짜 무게는 대사 없는 오프닝 4분에 실려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보여줬다가 오프닝부터 어른인 내가 더 먹먹해졌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더 울리려고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상영 시간 대부분을 색색깔 풍선과 모험으로 채우면서도, 정작 가장 강렬한 감정은 첫 4분에 다 쏟아붓고 시작한다는 게 신기하다. 상징: 풍선으로 띄운 집 평생 모험가를 동경했던 칼은 어릴 적 만난 소녀 엘리와 결혼하고, 언젠가 파라다이스 폭포에 함께 가자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생활은 두 사람을 계속 붙잡았고, 그 약속은 실현되지 못한 채 엘리는 먼저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노년의 칼은 재개발로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수천 개의 풍선을 집에 매달아 하늘로 띄운다는 다소 무모한 방법으로 엘리와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여기서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엘리와 함께한 모든 시간의 흔적 그 자체다. 상실을 다루는 방식으로 상당히 영리하다, 곱씹어볼수록. 슬픔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한 노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했으니까. 대사 한마디 없이 두 사람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압축한 오프닝 시퀀스가 애니메이션 역사상 손꼽히는 장면으로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던 두 사람의 사연까지 이 짧은 시퀀스 안에 담겨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이 부부가 그토록 여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요약: 재개발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칼은 풍선을 매달아 집을 하늘로 띄우는데, 이 집은 아내 엘리와 함께한 시간의 흔적을 붙잡으려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메시지: 모험 책 마지막 페이지 칼은 엘리가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모험 책을 소중히 여긴다.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겠다는 꿈으로 채워졌던 그 책의 뒷부분에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백지가 남아 있었다. 이야기 후반, 우연히 이 책을 다시...